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2017) 읽다


* 김혜리



""다큐멘터리에서 배운 점은 우리의 카메라가 모든 걸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찍는 현상은 종종 카메라를 거절한다." 언젠가 밑줄 그었던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다. 이 거절까지 포함해 찍는 게 영화를 만드는 옳은 방식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결국 스토리, 인물, 카메라가 동정, 분노, 판단을 철저히 거절함으로써 관객의 자문은 "나는 이 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로 이동한다. 나와 영화 사이의 거리가 의미심장해진다. 관객은 고작, 그러나 치열하게 깨닫는다. 나는 절대 영화 속 저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나와 같은 세계에 존재함을 인지하고 두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지켜볼 수는 있다."   - 38P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쿵작거리는 러시아 춤곡이 관객의 애도를 부드럽게 사양한다. 정념이라는 회오리가 웨스 앤더슨의 반듯하게 정리 정돈된 세계를 흩뜨려놓을 위험이 있어서일까. 고통과 갈등의 현장을 목도하는 행위 따위는 부질없다는 판단 때문일까. 나는 웨스 앤더슨이 무감동한 작가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앤더슨 영화의 필사적인 우회에는 어떤 애잔함이 있다."   - 79P



"스티브 매퀸은 한 노예가 목화밭에 쓰러져 과로사할 때 그의 얼굴과 몸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한테 물을 줘!(Get him water!)"라는 작업감독의 명령을 듣고 식수를 주겠지 예상했던 관객을 배신하고 가축에게 하듯 동이로 물을 끼얹는 동료 노예들만 밭 너머로 보여준다. 노예 경매장에서 아들딸과 함께 사달라고 읍소하던 일라이자가 노예상에 의해 방 밖, 즉 프레임 바깥으로 질질 끌려 나갈 때도 카메라는 그녀를 따라가지 않는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절규만 영화 안에 남고 그조차 솔로몬이 황급히 켜는 바이올린 소리에 덮인다. 포드의 농장에 간 뒤에도 그녀는 오래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주인이 주도하는 주일 예배 장면에서 참석한 농장 사람들도 카메라도 끝없이 통곡하는 일라이저를 돌아보지 않는다. 오열만이 프레임 언저리를 맴돈다."   - 93P



"메릴 스트립은 영화에 나오는 8~9곡의 아리아를 제대로 익힌 다음 그것을 정확히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의 방식대로 '못' 부르는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미국과 유럽에서 영화가 개봉했을 즈음 "워낙 노래 잘하는 당신이 최악의 음치 연기를 하느라 어려웠겠죠?"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메릴 스트립이 보인 당황스러움이다(심지어 살짝 마음이 상한 기색도 보인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플로렌스가 노래를 못한다고 여기지 않고 음정을 이탈한 소절보다 성공한 부분을 중심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플로렌스의 입장에 이입한 배우로서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 202P



"아내와 헤어진 지 오래인 다마코의 아버지는 계절이 세 번 바뀔 동안 백수 딸에게 놀랄 만큼 관대하다.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쓰는 일없이 꼬박꼬박 밥이나 같이 차려먹는 부녀의 정경은 노벨평화상감이다. 나는 이 부녀가 서로를 귀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무척 좋았다. 경험적으로 확신하건대 두 인간 사이에 서로를 귀여워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관계는 짐작보다 많지 않다."   - 230P



"샹탈이 자신에게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탄식하는 나탈리아에게 감독의 동생은 반문한다. "언니가? 종일 쉬지 않고 떠드는데?" 어머니의 대답은 내게도 쓰라렸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내게 하나도 하지 않아. 그 애 인생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하고 재미있는 일들은 말하지 않아. 나는 그게 알고 싶은데.""   - 3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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